크메르어 AI는 누가 만드는가, 프놈펜으로 떠나는 두 사람

크메르어를 쓰는 사람은 1,700만 명입니다. 전 세계 웹 문서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1%인데, 크메르어는 약 0.009%입니다.

우리가 캄보디아 사업을 설명할 때 지금까지 꺼낸 것은 이런 숫자였습니다. 격차를 보여주기에는 좋은 숫자지만, 통계에는 사람도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래서 프놈펜으로 떠나는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유동헌 지사장과 서마유라 차장.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나눈 대화입니다. 한 사람은 그 땅에 처음 가고, 한 사람은 돌아갑니다.

회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인터뷰를 진행하는 유동헌 지사장과 서마유라 차장
프놈펜 출국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 현장.

돌아가는 사람, 서마유라 차장

2014년 서마유라 차장은 프놈펜에서 대학 4학년이었습니다. 개발 실력에 자신이 없던 시절, 개발 교육과 한국어 교육을 함께 받고 한국에서 일할 기회까지 연결해 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가 지원한 곳은 KOICA가 한국 기업과 함께 프놈펜에 세운 소프트웨어 인력양성센터였고, 교육은 무료였습니다.

100명이 넘게 지원했습니다. 단계별 과정을 거치고 마지막에 각자 프로젝트를 발표하면, 그 자리에서 한국 기업이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제가 실제로 선발되어 한국에서 일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2015년 처음 한국에 와서 서울에서 일했고, 이후 부산으로 옮겨 대학원에서 AI를 전공했습니다. 그의 커리어는 대부분 한국 기업에서 쌓은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KOICA 사업을 수행하는 책임자로 유동헌 지사장과 함께 프놈펜에 돌아갑니다.

개발협력이 길러낸 인재가 개발협력을 수행하러 돌아갑니다. AIWORKX가 설계한 그림이 아니라, 이미 그의 경력이 지나온 경로입니다.

왜 이 길을 택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교육과 채용으로 연계된 개발협력 프로그램에서 기회를 얻은 사람입니다. 이제 같은 프로그램을 이번에는 기획자와 운영자로 리드하면서, 캄보디아의 젊은 세대에게 제가 받은 기회를 만들어 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일이 정말 의미 있다고 느낍니다.”

AI를 공부하는 동안 크메르어를 쓸 수 있었나

“공부할 때 크메르어는 연구에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교재도, 도구도, 데이터셋도 전부 영어 아니면 한국어였어요. ChatGPT나 Gemini 같은 LLM을 쓸 때 영어 문서와 데이터는 답변이 만족스럽고 도움이 되었지만, 크메르어로 테스트해 보면 오해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 결핍이 그에게 한 가지를 남겼습니다.

“자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른 나라가 만든 AI의 사용자로만 남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만의 AI를 갖고 싶다면 우리의 데이터셋과 모델을 직접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이 사업은 캄보디아 청년이 수혜자나 소비자로 머무는 게 아니라, 직접 사업을 만들고 이끄는 리더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지향합니다. 서마유라 차장은 그 문장을 이미 자기 경험과 언어로 통과한 사람이었습니다.

최근 크메르어로 음성 인식과 TTS(음성 합성)를 테스트하면서 겪은 장면도 구체적이었습니다. AI는 발음을 틀리고 숫자를 잘못 말했으며, 자연스럽게 말하는 크메르어를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맞는 문장인데 캄보디아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문제입니다. 격식 있는 문어 위주로 학습됐기 때문이죠.”

문제는 데이터 양만이 아니었습니다. 크메르어는 단어를 붙여 쓰고, 띄어쓰기는 오히려 문장을 연결할 때 씁니다. 자음이 아주 많고 하위 자음과 특수 문자도 많습니다. 숫자조차 아라비아 숫자와 별개로 크메르 고유 표기가 따로 있습니다. 저자원 언어의 문제가 ‘데이터가 적다’는 한 문장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자기 모국어로 설명했습니다.

아라비아 숫자 1, 2, 3, 4 아래에 크메르 고유 숫자를 손으로 적어 나란히 비교한 메모
서마유라 차장이 인터뷰 중 직접 적은 크메르 숫자 표기.
위쪽이 아라비아 숫자 1부터 4까지, 아래쪽이 크메르 숫자입니다.

처음 가는 사람, 유동헌 지사장

유동헌 지사장은 AIWORKX 데이터사업부 6년 차입니다. LG화학, 카카오브레인, 포스코 같은 B2B 기업의 데이터 구축 프로젝트부터 NIA 공공 과제까지, AI 학습데이터 구축을 수행하고 관리하는 PM을 맡아왔습니다. 2025년 NIA 데이터 업사이클링 사업은 우수 과제로 선정돼 과기부 산하 주관기관에서 성과를 발표했고, 관련 특허 3건을 출원했습니다.

AIWORKX로 옮기기 전에는 크라운제과와 면세점에서 국내외 영업, 외국인 직원 관리, 매장 운영과 관리를 경험했습니다. AI의 기초과학이라 불리는 데이터 품질을 다뤄본 사람이면서,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현장에서 함께 일해본 사람입니다.

데이터 구축, 흔히 라벨링이라 부르는 일은 밖에서 보면 단순 작업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좋은 데이터와 그렇지 않은 데이터를 가르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시장에서 좋은 데이터란 AI가 이해하기 좋은 구조화된 데이터입니다. 데이터의 흐름이 ‘빅 데이터’에서 ‘굿 데이터’로, 다시 ‘AI 레디(AI-ready) 데이터’로 옮겨가고 있어요. 과거에는 양이 많으면 좋다는 빅데이터 시대였다가, AI가 발전하면서 품질이 중요해졌죠.

아무리 데이터가 많아도 저품질 데이터가 들어가면 잘못된 결과가 나오니까 정확하고 정제된 굿 데이터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 시대에는 양과 품질이 좋아도, AI가 그 데이터를 바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면 환각 같은 엉뚱한 답을 해버리기 때문에 좋은 데이터가 되지 못합니다.”

그는 ‘눈’과 ‘시원하다’를 예로 들었습니다. 사람은 문맥으로 사람의 눈인지 내리는 눈인지 가리고, 바람이 시원한지 에어컨이 시원한지, 뜨거운 목욕물에 들어가며 시원하다고 하는지 구분합니다. AI는 그렇지 못합니다.

“요소와 요소 사이의 의미적 관계와 맥락, 문화적 뉘앙스까지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온톨로지와 지식 그래프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만드는 데이터도 단순히 양을 확보하기 위한 구축이 아니라, 캄보디아의 언어와 문화, 현장의 맥락까지 담아낸 데이터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베트남에서 한 일을 그대로 옮기면 되는가

AIWORKX는 국내에서 SW 테스트와 자율주행 데이터 구축 사업에서 취약계층 고용을 출발점으로 삼은 사회적기업입니다. 이 모델을 해외로 넓혀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ODA 사업을 해왔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대로 옮겨가는 게 아니라 현지에 맞게 다시 설계하려고 합니다. 5년 뒤 우리가 KOICA IBS 사업을 마무리하더라도, 캄보디아 지사 현지 직원들이 IT 기획자와 개발자로서 스스로 AI 생태계를 이어갈 수 있는 자립 구조를 만드는 것이 캄보디아 지사 설립의 목표입니다. 우리가 떠난 뒤에도 남아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호 직원 서마유라 차장과 함께 갑니다. 그의 역할을 유동헌 지사장은 ‘가교’라는 말로 정리했습니다. 현지와 AIWORKX를 잇고, 함께 일하는 동료의 성장을 돕고, 캄보디아 사회에서 현지 생태계를 이어가는 리더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지사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지사장으로서 회사만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도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옹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포용이 됩니다. 몸으로 안아주는 포옹을 넘어, 상대의 생각과 문화와 마음까지 따뜻하게 감싸 안는 포용의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캄보디아 동료들과 함께 현지에서 좋은 시너지를 만들고 캄보디아 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AIWORKX의 문화를 캄보디아에도 전하고 싶습니다.”

두 나라가 함께 일한다는 것

두 사람은 이미 합을 맞추는 중이었습니다. 서마유라 차장은 양쪽을 다 겪은 당사자이면서 조력자입니다. 한국 조직이 캄보디아 동료와 일할 때 먼저 알아야 할 것을 물었습니다.

“캄보디아 개발자들은 지시를 받으면 기능을 완성해 전달하는 데 집중합니다. 일하는 과정을 보고서로 작성하거나 문서화하는 것을 산출물의 일부나 과정이 아니라 부가적인 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반대 방향의 오해도 짚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말로 전달하고 질문이 없으면 상대가 다 이해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캄보디아 사람은 Yes라고 답해도 혼자 더 이해하고 알아내려 애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확하게 설명하고, 다시 묻고 서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유동헌 지사장이 서마유라 차장에게 처음 당부한 것도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모르면 계속 묻고, 필담을 나누고, 기록을 남겨 서로의 이해를 확인하자는 것. 자립 구조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이런 일상의 소통 설계에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5년 뒤 프놈펜 사무실에 누가 있으면 성공인가

5년 뒤 프놈펜 사무실에 어떤 사람들이 함께 있으면 이 사업이 성공한 것이냐고 물었을 때, 유동헌 지사장은 유종지미(有終之美)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끝까지 마무리해서 성공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끝이 사람을 증명하고, 차이도 마지막에 납니다.”

“5년 뒤 캄보디아 현지 직원들이 스스로 고객을 만나고, 기업과 협력하고, 새 직원을 교육하며 AI와 데이터 사업을 만들어가고 있다면, 그때 우리는 지금의 이 시작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마유라 차장은 그 문장을 자기 커리어로 만들어온 사람이고, 유동헌 지사장은 그 문장을 구조로 만들러 갑니다. 캄보디아 현지인이 사업의 중심에 서서 스스로 조직과 사업과 기술을 만들어 가는 것, 두 사람이 그리는 성공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창가에 나란히 서서 함께 사진을 찍은 유동헌 지사장과 서마유라 차장
인터뷰를 마친 뒤 함께 촬영한 유동헌 지사장과 서마유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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